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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즐거움

Kirinji - Ai no Coda (+해석)

비록 그시국 아티스트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일본 밴드 キリンジ 키린지

'-했던'이라고 굳이 과거형을 쓴 이유는 내가 사랑했던 건 현재의 KIRINJI가 아닌 과거 형제시대의 キリンジ kirinji이기 때문, 그리고 이마저도 작년 2020년 1월을 마지막으로 밴드 KIRINJI의 활동 종료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키린지는 堀込高樹 호리고메 타카기와 堀込泰行 호리고메 야스유키 두 형제가 만든 밴드이다. 2013년 동생 야스유키가 탈퇴하여 본인만의 음악 활동을 시작하고, 형 타카기는 남아 팀명을 KIRINJI로 바꾼 후 6인(후에 5인) 체제를 유지하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해오고 있었다

야스유키의 음악인 馬の骨 우마노호네도 좋고 새로운 KIRINJI도 좋지만 내겐 뭔가 조금씩 부족해, 나는 형 타카기가 곡을 쓰고 동생 야스유키가 노래하는 그런 밴드를 원했다(+그리고 여기서 또 빠질 수 없는 Tomita Lab까지) 내가 키린지에게서 기대하는 건 전자음이나 랩, 세련된 보컬 그런 거 아니었다고ㅠㅠ

아무튼 이거든저거든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키린지의 곡들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 愛のcoda를 이야기하려고 부족하지만 가사도 뚝딱뚝딱 직접 열심히 해석해왔다

 


 

 

 

キリンジ(Kirinji) - 愛のCoda(Ai no Coda)

키린지 - 사랑의 끝

(translation by grayisland)

 

 

雨に煙った飛行場はモノクローム

傘を捨ててコートを脱ぐ

銀の翼が唸りをあげ走りだせば

窓をつたう愛のしずく 飛び散った

 

비로 흐려진 흑백의 공항

우산을 버리고 코트를 벗는다

은빛 날개가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하면

창을 따라 부서지는 사랑의 물방울 조각들

 

あなたの孤独、その清しさに心うばわれ

激しく求めた記憶

春の宵 光の夏 途切れたフィルム

 

당신의 고독, 그 정결함에 마음을 빼앗겨

미친 듯 바랐던 그 기억

초저녁 봄

빛의 여름

끊겨버린 필름

 

すべてを覆いかくす雲の上で

静けさに包まれていよう

不様な塗り絵のようなあの街も

花びらに染まってゆくのだろう

今はただ春をやり過ごすだけさ

地の果てで

 

모든 걸 덮어버린 구름 위

고요함에 휩싸여 있으려 해

엉망진창 색칠공부 같은 저 거리도

곧 꽃잎으로 물들어가겠지

지금은 그저 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뿐

세상 끝에서

 

灼け付く日差し ひるむ背中 立ちつくした

頬をつたう汗をぬぐい踏み出せば

胸の傷から夕陽が溢れて

軋む列車を追いかけて

 

뜨거워진 햇살 힘없는 뒷모습 멍하니 서 있었어

뺨을 따라 흐르는 땀을 닦으며 걸음을 내딛으면

가슴속 상처에서 석양빛이 넘쳐흘러

삐걱거리는 열차를 뒤쫓아

 

赤に浸す

青が散る

夜に沈む

星がこぼれた

 

붉게 잠긴

푸름이 번져

밤이 깊어지고

별빛이 쏟아졌지

 

帰りのチケットを破る意気地も

愛に生きる勇気もない

不様な塗り絵のような人生が

花びらに染まっていたあの夏

今はただ春をやり過ごすだけさ

地の果てで

 

돌아갈 티켓을 찢어버릴 패기도

사랑만으로 살아갈 용기도 없어

엉망진창 색칠공부 같던 내 인생이

꽃잎으로 물들어가던 그 여름,

지금은 그저 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뿐

세상 끝에서

 

今でもあなたは探しているの?

醸し出されることのない美酒を

雨に負けぬ花になるというの?

やわらかな心を石に変えて

 

지금도 당신은 세상에 있을리 없는 빛좋은 술을 찾고 있을까

여린 마음을 돌처럼 단단히 바꾸어가면서까지

비를 견뎌내는 꽃이 될 거라 말하는 건가

 

不様な塗り絵のような街でさえ

花びらに染まるというのに

今はただ春をやり過ごすだけ

浅い夢酔えないあなたのように

行き先も理由も持たない孤独を友として

 

엉망진창 꼴사나운 색칠공부 같은 저 거리조차

꽃잎으로 물들어가려 하는데

지금은 그저 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뿐

얕은 꿈 취하지 못하는 당신처럼

목적지도 이유도 없는 외로움을 친구 삼아

 


 

여기 A, B 두 사람이 있다

이 곡의 주인공 A는 봄과 여름, 반년의 짧은 기간 동안 격한 감정의 동요를 동반한 사랑을 했다, 그것이 일방인지 쌍방인지는 모르겠지만.

A가 사랑했던 대상인 B는 어쩌면 조금은 이상주의자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좀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에 반해 A는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겉으론 현실적이고 어쩌면 무기력해 보였을 수도 있을지언정 마음에 뜨거움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무덥던 여름날 오후, A는 서둘러 열차를 잡아타고 B를 향한다

이미 뒤틀려버린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어쩌면 마지막이었을 그 기회에 A는 최선을 다 했을 것이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도록 오랜 시간 A와 B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두 사람은 서로 너무 달랐다

A는 B에 취해 미친듯 내달렸지만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쏘아진 화살은 결국 서로 만나지 못하고 다른 궤적을 그리기 마련이다

 

赤に浸す 青が散る 夜に沈む 星がこぼれた
붉게 잠긴 푸름이 번져 밤이 깊어지고 별빛이 쏟아졌지

 

이 부분의 가사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한다

번역하면서도 가장 고심 고심했던 부분인데 부족한 실력으론 어떻게 해도 잘 표현이 되지 않아서 안타깝다

마음속 상처가 벌어져 그 사이로 삐져나온 감정은,

황혼이 지고 밤이 찾아오는 과정처럼

 赤  붉게 물들어

 靑  푸르게 번지고

 黑(夜)  밤이 깊어져 어둠에 잠기고

 銀(星)  검게 탄 마음에 눈물처럼 별빛이 쏟아진다

이렇게 타올랐던 감정의 색채는 헤어짐 후 돌아서는 공항에선 비로 인해 색을 잃고 흑백 monochrom이 되어버리지만 이마저도 지워버리고 싶어 이륙 후 구름 속에선 모든 색을 지우고 無의 색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이 곡에서 색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단 몇 마디의 단어로 황혼에서 밤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와 색채의 변화를 이렇게 간단하게 눈 앞에 그려지도록 표현할 수 있다는데 몇 번이고 감탄하곤 한다

어떻게 이런 곡을 쓰지

 

 

Photo by Orkhan Farmanl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