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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즐거움

Kirinji - Drifter,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있어 주겠니

 

당신의 눈물 버튼은 무엇입니까

몇 번을 보고 수십 번을 반복해도 이 장면만 나오면, 혹은 이 구절만 나오면 꼭 울컥하게 되는 그런 부분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그 기자회견 장면은 없길래 대신 이 장면으로
<이미지 출처 : 다음 영화>

내게도 몇 개의 눈물 버튼이 있는데, 영화 <노팅힐> 마지막 기자회견 장면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indefinitely"라고 대답하며 활짝 웃는 그 순간이고, 노리플라이 <그대 걷던 길>에서 '늘 바래준 너의 집 앞 좁은 길에 / 낯설어진 내 발걸음은 / 한참 지나쳐도 등 뒤가 아파' 이 부분이고, 이 곡 Drifter의 마지막 구절 'この僕の傍にいるだろう 내 곁에 있어 줄거지' 이 부분이다. 쓰면서도 울컥하네 우울증이야 뭐야

감정을 한겹씩 켜켜이 쌓아 올리면서 고조되던 곡 진행이 갑자기 분위기를 전환하며 마무리되는데 그 마지막 부분이 뭐랄까 꿈을 꾸다 갑자기 현실로 끌려 나와 던져진 기분이랄까, 주체 못할 만큼 감정이 벅찬 기분이랄까

 

이렇듯 drifter의 사전적 의미는 정착을 못하는 사람, 직장 등을 전전하는 사람, 방랑자라는 뜻이다

이 노래 속 주인공은 drifter다

오랜 기간 방황해왔고 스스로를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신기루를 쫓아 표류하는 유빙流氷처럼 느끼며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아이 울음소리가 집 안 층계참에 울려 퍼지는 어느 밤 문득,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마시며 다짐을 한다

서로 배신하고 빼앗는 사막 같은 세상이라지만 너와 함께라면 이젠 거센 파도도 뛰어넘어보겠노라고

 

人形の家には人間は棲めない
인형의 집에서 인간은 살 수 없어
流氷のような街で
표류하는 유빙같은 거리에서
追いかけてたのは逃げ水
쫓고 있던 건 신기루

(중략)

欲望が渦を巻く海原さえ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드넓은 바다라 해도
ムーン・リヴァーを渡るようなステップで
Moonriver를 건너는듯한 발걸음으로
踏み越えて行こう あなたと
헤쳐나가 보려해 당신과 함께
この僕の傍にいるだろう
이런 내 곁에 있어 주겠니

 

1절 마지막 あなたがいるかぎり 僕は逃げない 네가 있는 한 나는 도망가지 않아, 그리고 2절 끝과 곡의 마지막에서 この僕の傍にいるだろう 이런 내 곁에 있어 주겠니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만 내 곁에 함께 있어준다면 이겨내 보겠다고 여러 번 다짐하듯 노래한다. 이 얼마나 찌질하지만 구구절절한 사랑 고백인지

1절에서 표류하던 유빙流氷은 곡 마지막에 와선 Moon River로 멋지게 치환된다

(애초에 이 Drifter라는 제목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이 부른 Moonriver의 가사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에서 가져온 듯하다)

 

노래 속 주인공은 이제 무사히 정착했을까

이젠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되었을까

마침내 평안에 이르렀을까

 

Photo by Steve Johnso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