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서랍/마음가는대로
2021. 5. 11.
나는 농담처럼 가벼워진다
허공의 말을 담는다 바지랑대가 팽팽해진다 구름은 빌딩 숲 너머에 있고 나비의 날개가 가벼워지는 시간 나는 빨랫줄에 햇살을 넌다 옥탑방 지붕과 그물망 속 수세미꽃과 옆집 창문에서 반사되는 바람과 함께 나는 건들거린다 조였던 날개가 헐거워졌다 선 위에 나열된 어제의 시간들이 흔들리다 사라진다 나는 햇빛을 삼키며 바람의 날개를 단다 풍경이 넓어지고 초인종 없는 허공이 자유롭다 나는 농담처럼 가벼워진다 나는 나의 그늘을 넌다 이탈을 꿈꾸는 내 언어들이 우기에서 건기로 건너가는 길목에서처럼 경계 허물어져 한 줄 문장으로 흔들린다 수세미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 평상 그늘과 비올라 보라의 간격이 좁혀지는 사이 나의 몸통과 다리와 발들이 새로운 우주로 채워져 간다 젖은 말과 얼룩진 무늬들이 제 속도를 찾아간다 - 최영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