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공의 말을 담는다
바지랑대가 팽팽해진다
구름은 빌딩 숲 너머에 있고 나비의 날개가 가벼워지는 시간
나는 빨랫줄에 햇살을 넌다
옥탑방 지붕과 그물망 속 수세미꽃과 옆집 창문에서
반사되는 바람과 함께 나는 건들거린다
조였던 날개가 헐거워졌다 선 위에 나열된 어제의 시간들이 흔들리다 사라진다 나는 햇빛을 삼키며 바람의 날개를 단다 풍경이 넓어지고 초인종 없는 허공이 자유롭다 나는 농담처럼 가벼워진다
나는 나의 그늘을 넌다
이탈을 꿈꾸는 내 언어들이
우기에서 건기로 건너가는 길목에서처럼
경계 허물어져 한 줄 문장으로 흔들린다
수세미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
평상 그늘과 비올라 보라의 간격이 좁혀지는 사이
나의 몸통과 다리와 발들이 새로운 우주로 채워져 간다
젖은 말과 얼룩진 무늬들이 제 속도를 찾아간다
- 최영랑 '오후 1시의 빨랫줄'
나는 농담처럼 가벼워진다
무척 좋아하는 시구절이다
축축한 감정과 구겨진 마음들
모두 탈탈 털어내고 바싹 말려서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싶은 하루
Céu - 10 Contados
브라질의 뮤지션 Ceu 쎄우(하늘이라는 뜻이라고 한다)의 '10 Contados 열을 세다'라는 곡이다
포르투갈어를 모르니 원 가사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뭔가 덜어내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듣는다
라틴과 일렉의 조화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