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기록/되새김질

2014.12.14. 윤상 콘서트 <겨울 밤의 풍경>

 

팬심이란 놀라운거다

나같은 귀차니스트가 겨우 콘서트 후기 하나 조금 길게 남겨보겠다고 이미 오래전 유물이 된 블로그를 힘들게 찾아내 기어코 살려내다니

 

지난 12월 콘서트에서 윤상옹께서 포털에서 본인 이름이나 후기들을 종종 검색해본다는 사실을 슬쩍 흘린 뒤로 '그래 비록 아조씨는 날 알지도 못하겠지만 어차피 수많은 새우젓들 중 하나가 될 거라면 난 행동하는 새우젓이 되어보겠어!' 라는 마음으로, 벌써 한 달도 한참 지나 흐려진 기억을 더듬어 굳이 다시 써보는 콘서트 후기

 

1.

처음에 윤상옹이 무대로 걸어 나오는데 너무 말라서 좀 놀랐다. 이번이 다섯 번째, 횟수로는 여섯 번째 보는 공연인데 어째 해가 갈수록 말라가는걸까 슬림한 수트를 입었는데 바지고 뭐고 옷이 다 남아보였다고

부디 건강 챙기시길 술담배도좀끊고 오래오래 음악하면서 공연도 하고 앨범도 왕창 좀 내줘요

 

2.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음향은 초반 트러블도 그렇고 좀 별로였음 플라스틱 간이 의자도 불편했고

재작년 인터파크 아트센터(롯데카드 아트센터)도 공연은 좋았던데 반해 좌석이 놀이기구마냥 움직일 때마다 한꺼번에 흔들리는 거에 경악했었는데.

개인적으론 LG아트센터에서 한 6집 발매 콘서트랑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한 REboot 공연이 좌석, 세트리스트, 관객, 게스트, 모든 부분에서 제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2009년 올림픽홀 앵콜콘은... 음 기억이 안남

그러고보면 LG아트센터는 음향도 훌륭하고 좌석도 시야방해 없이 어디서나 잘 보여서 왜 뮤덕들이 엘지는 과학이라고 하는지 잘 알 것 같았다. 그래 그냥 앞으로는 LG아트센터에서만 공연합시다

 

3.

이번 공연에서 '새벽'을 듣게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격해서 오열할 뻔

관객과 무대 사이에 반투명 스크린이 내려와 그 너머로 건반 연주하는 윤상옹이 보이는데 미친 꿈인가 생시인가

그 다음 곡은 '배반'이었는데 개인적으론 이번 공연에서 베스트였다고 생각한다. 깊은 바닷 속으로 가라앉듯 노래 내내 스크린에 파란 물거품이 흩어지는데 그게 또 우울하고 몽롱한 곡 분위기랑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리고 노란색 미니 확성기가 등장한 '벽'도 아이디어가 좋았고 김광민 교수님과의 협연도 좋았고.

말하기도 입아프게 모든 곡이 다 명곡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악몽'인지라 담번엔 이 곡도 불러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 2013년 코엑스 크리스마스 공연엔 세트리스트에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 공연 못갔던지라

그리고 Ni Volas Interparoli - Noodle Express - El Camino 메들리 다시 한 번만 더 듣고 싶지만 아마 불가능하겠지 응 안될거야ㅠ

 

4.

셔츠 입고 베이스 연주하는 윤상옹은 시밤죠낸개멋지지말입니다

원래부터 내가 좀 대충 소매 걷어올린 흰 셔츠 차림에 환장하지만 이 아조씨는 그냥 막 어나더레벨임

유느님에게 안경 박제가 필요하듯 이 분은 베이스를 박제해버려야함

베이스 뿐만 아니라 비스듬히 앉아서 빤데이루 연주할 때도 얼마나 간지쩌시는지, 아 '이사' 완전 소중합니다 그러니까 'Fairy Tale'도 셋리에서 빼지마 제발

 

5.

공연 중간중간에 예전엔 없던 쿠키영상이 많이 들어갔었는데(요리왕 상이ㅋㅋㅋㅋㅋㅋ라던지) 뭔가 손발이 오그라들것 같으면서도 그게 또 나름 귀...ㅇㅕ......큼흠흠ㅎ

근데 이번 공연엔 방송 보고 처음 콘서트 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아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낯설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관객 반응이 다소 썰렁해서 조금은 민망했다

아니 상옹 그렇다고 상처받지는 말라구 팬들도 가수따라 소심해서 그런걸거에요. 속으로는 나처럼 지구 뿌시고 있었을지 모르잖아여?ㅋㅋㅋ 근데 그 영상은 어떻게 소장할 방법은 없는겁니까?ㅋㅋㅋㅋㅋ

 

6.

영상 중 인상 깊었던 건 비둘기? 라는 질문에 바로 쥐스킨트라고 대답하던 윤상옹

보통은 평화의 상징, 닭둘기, 뭐 그런 대답이 일반적이잖음

나 아직 파트리크 쥐스킨트 비둘기 못 읽어봤는데, 이참에 올해는 쥐스킨트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더랬다(글쎄 여러분 팬질이 이렇게 생산적인 겁니다)